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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더 플랫폼 (The Platform, 2019) - 요즘 사회랑 너무 닮은 영화, 더 플랫폼

by 보부상C 2025. 4. 20.

더 플랫폼 (The Platform, 2019) - 요즘 사회랑 너무 닮은 영화 관련 사진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은 디스토피아적 설정 속에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계층 간의 갈등, 인간 본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담아낸 강렬한 작품입니다. 한정된 자원이 수직적으로 분배되는 시스템 안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변화를 꿈꿀 수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이 영화의 상징성과 구조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오늘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다층적으로 해석해 봅니다.

1. 수직 구조의 감옥, 자본주의의 축소판

<더 플랫폼>의 세계는 수백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홀(Hole)’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각 층마다 두 명이 수용되며, 매일 일정한 시간에 꼭대기에서 풍성하게 차려진 식사가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아래로 내려옵니다. 상층에 있는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먹고, 남은 음식은 아래층으로 전달됩니다. 문제는, 누구도 먹을 만큼만 먹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위층의 사람들은 탐욕스럽게 음식을 집어 삼키고, 하층 사람들은 그 잔재조차 얻지 못한 채 굶어 죽거나, 심지어는 생존을 위해 인간을 잡아먹는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이 설정은 명백하게 현대 사회의 자본주의 구조를 반영합니다.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원을 가진 소수가 과잉 소비하기 때문에 다수는 고통받는 구조. 영화는 단순한 세트와 반복적인 공간 구조 속에서도 현실의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그려냅니다. 매달 무작위로 층이 재배정되는 시스템은 사회 내 '신분의 유동성'을 상징합니다. 즉, 지금 위에 있다고 해서 영원히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아래에 있다고 해서 끝까지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위에 올라가도 전체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주인공 고렝은 자발적으로 시스템에 들어온 인물로, 책(『돈키호테』)을 지참하며 인간성과 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는 곧 깨닫습니다. 이 시스템에서 ‘도덕’은 아무 의미가 없고, 자신이 믿던 윤리는 너무나도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고렝은 처음에는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곧 무력과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합니다.

2. 폭력인가 희망인가, 저항의 두 얼굴

<더 플랫폼>의 중반 이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저항’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드러냅니다. 고렝은 새로운 동료 바하라트와 함께 플랫폼을 타고 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각 층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평하게 나누자고 호소하지만, 무시와 적대에 부딪힙니다. 결국 이들은 강제적 수단, 즉 무기를 이용해 사람들을 제압하며 음식을 나눠주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핵심 질문을 던집니다. “윤리를 실현하기 위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고렝은 처음에는 절대적인 이상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시스템 안에서 평화적 방법만으로는 절대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많은 사회운동의 현실을 반영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체제는 자발적 협력보다는 강제에 의해 흔들리며, 변화는 종종 평화보다는 저항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 폭력이 과연 진짜 해결책일까요? 또한 고렝은 층을 내려갈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상황과 마주하며, 스스로의 정체성과 인간성을 재정립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마지막 층까지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소녀’는 영화의 상징적 절정입니다. 아이는 원칙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 자체로 구조의 오류이며 동시에 ‘희망’의 가능성입니다. 영화는 아이를 플랫폼에 태워 위로 보냄으로써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메시지는 구체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존재 자체입니다. 고렝은 더 이상 자신이 메시지가 아님을 깨닫고, 남아 소녀를 보내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희생, 대리, 그리고 순수한 구원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합니다.

3. 더 플랫폼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이 영화의 힘은 단순한 설정에서 철학적 질문들을 폭발적으로 확장해낸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 “우리 사회는 정말 공정한가?”입니다. 플랫폼 시스템은 자원 자체의 부족이 아닌, 분배 방식의 문제로 고통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오늘날 글로벌 경제 구조, 빈부 격차, 사회복지의 문제와 그대로 연결됩니다.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말합니다. 누구나 “먹을 만큼만 먹었다면” 모두가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시스템이 허용하는 최대치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윤리는 단지 말로만 존재하는 이상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둘째, “인간은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가?” 영화는 상층과 하층에 있을 때 인간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덕성과 윤리는 환경과 위치에 따라 쉽게 뒤바뀌며, 우리가 생각하는 '나의 선함'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폭로합니다. 인간은 제도의 결과물이며, 조건에 따라 영웅이 될 수도,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관객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셋째, “진정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영화는 단지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소녀를 통해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선택은 관객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그 메시지를 보았는가? 무시했는가? 아니면 변화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는가?" 이는 체제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체제 속에서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결론: 우리는 모두 이 시스템 안에 있다

<더 플랫폼>은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이자, 인간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플랫폼 속의 사람들처럼 자원을 나누지 못하고, 누군가는 넘치는 음식을 버리며 누군가는 굶주립니다. 이 영화는 그런 현실을 과장 없이 압축하여 보여줍니다. 결국,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자원이 아니라, 태도가 문제다."

 

현실에서도 충분한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시스템 이전에 ‘소비하고, 외면하고, 무관심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입니다. 소녀를 태워 올린 고렝처럼, 우리 각자도 변화의 신호를 세상에 보낼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가 전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있는 층은 어디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