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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코다 (CODA,2021) -다르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사이, 장애와 꿈을 연결하는 영화

by 보부상C 2025. 4. 15.

코다 (CODA,2021) -다르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사이, 장애와 꿈을 연결하는 영화 관련 사진

1. 코다,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요약

<코다>(CODA, 2021)는 ‘청각장애 부모 사이에서 자란 청인 자녀’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소통과 독립, 가족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인공 ‘루비’는 어부인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가족 모두 청각장애인인 가운데 루비만이 유일한 청인(Child of Deaf Adults), 즉 '코다'다. 때문에 루비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통역자이자 세상과 가족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

루비는 학교에서 우연히 합창 수업에 참여하게 되고,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보스턴 음악학교 진학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가족의 생계가 루비에게 너무 의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산업을 운영하는 가족에게 루비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말이 되는 손’이었다. 가족은 그녀의 꿈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고, 루비 역시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루비가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따라 음악학교에 도전하기로 결정하며 마무리된다. 오디션장에서 루비는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수화를 사용해, 그녀가 누구이며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를 말 없이 증명한다.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말한다. 가족은 때로 우리를 잡아당기지만, 진짜 사랑은 보내주는 용기를 가진다고.

2. 코다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

루비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소리를 ‘완전히 지우는 연출’은 이 영화의 진심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보통 음악 영화에서는 감동적인 장면일수록 음악의 볼륨을 높이거나, 장면의 몰입감을 키우기 위해 감정적인 사운드를 삽입한다. 하지만 <코다>는 그 반대다. 가장 중요하고 감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소리를 완전히 제거한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루비 가족의 ‘청각장애 세계’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이 침묵은 단지 청각의 부재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감각적 공감’을 말한다.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아버지가 딸의 표정과 몸짓,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루비의 노래를 ‘듣는다’. 루비의 가족은 비록 음악의 소리를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녀의 열정과 무대 위 존재감으로부터 그 감정을 읽어낸다. 이는 단지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공감을 뛰어넘어, 언어가 사라졌을 때 남는 ‘감정의 본질’을 포착한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장면은 '이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대부분은 '이해'를 '설명'과 '듣는 것'으로 연결짓는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루비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가족은 아무 말도 듣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한다. 이해란 결국 마음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장면은 감동적으로 증명한다.

3. 개인 감상평 ― 다르다는 건 곧 외로움이기도 하다

<코다>는 따뜻한 영화지만 동시에 외로운 영화였다. 루비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외로웠다. 그녀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꿈과 감정을 진심으로 나눌 대상이 없었다. 부모는 그녀를 아끼지만, 그녀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 루비는 늘 다리 역할을 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질문할 여유도, 공간도 없었다. 그녀는 사랑받고 있었지만, 온전히 이해받고 있진 않았다.

 

그 외로움은 단지 개인의 성장통이 아니라, 구조적인 외로움이기도 했다. 루비의 가족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과의 접촉면이 너무나 적다. 시장에서 거래조차 루비 없이는 어려웠고, 행정기관과의 대화도 불가능했다. 이 영화는 장애 그 자체보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사회 구조가 진짜 장벽임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들은 살아가는 데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 주체’로 존중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루비가 꿈을 향해 떠날 때 가족은 두 번 아프다. 하나는 딸을 보내는 상실이고, 또 하나는 루비 없이는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그건 수많은 장애인 가정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꿈’을 꾸는 일은 종종 ‘기회를 요구하는 일’과 동의어가 된다. 그 기회는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배려로부터 나온다. 루비의 가족은 세상에서 ‘듣지 못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소외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슬픔을 한없이 감정적으로 풀기보다는, 한 사람의 용기와 한 가족의 이해를 통해 따뜻하게 이끌어간다. 루비는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았고, 가족은 마침내 그녀를 보내준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메시지를 남긴다.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보내주는 용기일 때 더 아름답다. 그리고 그 용기야말로 가장 깊은 이해일 수 있다.

4. 생각해볼 거리

<코다>는 단순히 청각장애 가족과 청인 자녀의 갈등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소통’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진짜 소통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묻는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말하고, 듣고, 전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진심을 전달하고 있는가? 루비의 가족은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시선을, 표정을, 몸짓을 사용한다. 영화는 그런 가족 안에서 자란 루비가 노래라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찾고, 동시에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 영화 내내 관통한다.

 

또한 이 영화는 ‘가족의 경계’에 대해 질문한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거리를 둬야 할 때도 있다. 루비는 가족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은 가족을 위한 더 큰 선택을 한 셈이다. 이는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론 나의 독립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도 이 영화는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장애인을 단지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 인식은 여전히 강하다. 그러나 영화는 그 시선을 거부하고, 장애는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 구조의 무관심이 문제임을 조용히 지적한다. 루비의 가족은 충분히 일을 잘하고 있고, 능력이 있다. 하지만 소통 수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된다. 이는 결국 모든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5. 비슷한 감정선의 영화 추천

<코다>의 감정선에 감동했다면, 다음과 같은 영화들도 함께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모두 ‘다름’, ‘소통’, ‘가족’, ‘독립’이라는 키워드를 각자의 방식으로 다룬 작품들이다.

  • <원더> (2017): 안면기형을 가진 소년과 가족의 이야기. 차이와 존중에 대한 따뜻한 시선.
  • <미나리> (2020): 미국 이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 생존, 뿌리. 조용하지만 강한 여운.
  • <더 세션: 오티스 이야기> (2012): 장애를 가진 남성과 성(性), 인간적인 교감을 주제로 다룬 섬세한 영화.
  • <더 페어웰> (2019): 죽음을 앞둔 할머니에게 진실을 숨기는 가족 이야기. 문화적 차이 속에서도 보편적인 가족의 사랑을 그린다.
  • <소울> (2020):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꿈'이라는 것이 정말 삶의 전부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